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세계적인 미술사 연구기관인 게티연구소(GRI)의 앤드류 페르척 부소장은 22일 양 기관이 백남준을 시작으로 향후 미술사 분야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아르코)와 게티연구소는 서울 종로구 문예위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 기관은 올 가을부터 백남준이 주도한 아방가르드(전위예술) 운동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3년 간 매 여름에는 한국 연구진이 게티연구소에 머물며 소장자료를 열람하고 현지 연구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아르코-게티 하계 레지던시’를 지원한다. 양 기관은 이번 공동 연구를 발판으로 향후 백남준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아티스트 등 상호 관심 분야를 기반으로 국제 학술대회, 전시, 출판 등을 공동 기획한다는 계획이다.

페르척 부소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 미술계의 에너지에 굉장히 놀란다. 특히 작가들의 열정에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아트선재센터, 리움미술관 등에서 최근 30~40년의 한국 미술을 두루 살펴봤고 다양한 작품에서 과학기술과 예술의 훌륭한 조화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좋은 작품들을 미국에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손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양국의 기관, 학교 등에서 미술사와 관련해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문예위가 백남준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사됐다. 정병국 문예위 위원장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모든 섬은 산이다’)을 계기로 한국미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기관의 협력 요청을 받게 됐다”며 “그 일환으로 게티연구소 측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는데, 마침 페르척 부소장이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급속도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